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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민구단은 왜 존재해야할까[김세훈의 스포츠IN]
출처:스포츠경향|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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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시도민 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강등됐다. 2003년 창단된 뒤 21년 만이다. 창단 작업을 주도한 안종복 전 인천축구단 사장은 당시 “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해 돈을 버는 축구단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자도 당시 현장에서 창단을 지켜봤고 적잖게 기대도 했다. 그렇게 한국프로축구판을 선도적으로 이끌겠다며 품은 큰 꿈은 거품처럼 꺼졌다.

시도민구단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시도민구단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성적이 정말 전부일까. 좋을 수도 있는 게 나쁠 수도 있는 게 성적인데 거기에 시도민구단이 매년 운명을 거는 게 맞을까. 성적을 잘 낸 구단이 무조건 잘한 것이라면 성적이 나쁜 구단은 사라져야 하나. 강등당하면, 승격에 실패하면, 구단의 가치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인가.

시도민 구단은 성적 못지않게, 어쩌면 성적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지역민이 축구단을 중심으로 화합할 수 있다. 축구단이 보여준 도전정신이 지역민에게 용기와 감동을 줄 수도 있다. 매 순간 뿜어내는 에너지에 지역민이 울고 웃을 수 있다. 지역에서 태어난 어린 선수들이 무럭무럭 자라 한국을 넘어 유럽에서 활약하는 재목들이 될 수도 있다.

축구 경기를 보러 지역으로 오는 외부인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축구단의 존재가 국제적으로 도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그렇게 축구단이 지역의 상징, 시민 화합의 구심점, 지역의 심장, 지역민의 자랑거리과 프라이드가 될 수는 없을까. 인천 유나이티드 심찬구 임시 대표는 “시도민 구단은 축구 이외에 많은 소중한 가치들을 지속적으로 실현하면서 지역 정체성을 확고히하고 지역민에게 자부심을 줘야 한다”며 “그게 시도민 구단이 기업구단과 차별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국내 1·2부 프로축구단 중 절반 이상이 시도민구단이다. 1년 예산이 많은 곳은 200억원이 넘고 적은 곳도 50억원 이상이다. 예산 중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보조금, 즉 세금이다. 결국 시도민구단의 최대 스폰서는 지역민이다. 지역민의 만족도와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시도민구단의 임무다.

프로야구 한화는 올해 8위에 머물렀지만 팬들은 홈 71경기 중 47경기에서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수원 삼성은 1부리그 승격에 실패했지만 가는 곳마다 열혈팬 3000명 이상이 동행했다. 경기에서 패해도 그들의 외침과 존재감은 여전했다.

 

 

시도민 구단의 방향성은 기업구단과 달라야 한다. 운영비는 세금이고 주주는 시민이다. 고액 연봉을 주고 완성된 스타 선수를 영입해 우승을 노리는 기업 구단을 무턱대고 따라가서는 안 된다. 시도민 구단은 한정된 예산으로 시도민 구단으로서 추구하는 가치를 변함없이 실천하면서 조금씩 전진해야한다. 그러다가 기회가 오면 성적에 조금 더 욕심을 내보면 된다.

축구단 덕분에 지역민이 행복하고 건강하다면, 축구단 덕분에 자부심을 느낀 지역민이 한데 뭉쳐 다시 도전할 용기를 가진다면, 축구단 덕분에 우리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고 유럽에서 뛰는 인재들이 많아진다면…. 이런 모습들이 구현된다면 축구단에 들어가는 세금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시민들이 용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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